본문 바로가기
자작 소설

"리와인드 리마인드" - 리뷰 만물상

by 리뷰 만물상 2023. 3. 10.
반응형

제 1 장 

그와 나의 만남은 어느 평범한 화요일에 시작되었습니다. 이 날은 평소와 같이 화창한 날씨와 복잡한 거리,

항상 가던 작은 커피숍까지 내가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날이 다른 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내가 이사를 가기 전 마지막 날이었다는 것만이 예외였습니다. 그날, 그는 커피숍에 들어와서

나는 무심코 쳐다봤을 뿐인데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그는 키가 크고 검은 머리에 예리한 검은 눈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왠지 익숙한 페퍼민트 향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가 내 테이블을 지날 때, 나는 내 심장이 이렇게 빨리 뛸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습니다.

나는 그와 이야기해야 한다는 본능적인 욕구를 느꼈습니다.



제 2 장 

 

나는 콩닥거리는 심장을 가라앉히고, 처음으로 내가 모르는 남자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그는 의아한 표정 대신, 따뜻한 미소로 돌아봤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함께 앉게 되었습니다.

몇 시간 동안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 대해 더 알아갔고, 대화하는 것이 얼마나 쉬운 일인지

놀랄 만큼 느껴졌습니다.

그의 이름은 잭이었고 시계 수리 일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커피가 식어가는 것도 모르고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해가 저물어가는 것을 느끼지 못한 채로 번호를 교환하고 다음에 만날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고, 다음 약속을 기대하며 나는 그를 만나기 위해 가려던 이사를 취소하고 그와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제 3 장

우리의 관계는 빠르게 꽃을 피웠습니다. 우리는 식성, 취향, 취미 등이 너무나도 잘 맞았습니다. 우리는

데이트도 하고, 손도 잡고, 사랑도 나눴습니다. 그러나 잭에 대해 뭔가 왠지 모를 불안함을 느꼈습니다.

그는 마치 나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처럼 대할 때도 있었고, 때로는 생각에 잠겨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직접 물을 순 없었지만, 그에게서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와의 행복한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애써 마음속에 꾹꾹 덮어두었습니다.


제 4 장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결국 마음 속의 불안함을 참지 못하고 잭에게 물었고, 잭은 자신의 비밀을 말해주었습니다.

그는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원하는 순간을 되돌릴 수 있었고, 몇 년 동안

그렇게 해왔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를 믿지 않았고, 더 이상 이런 식으로 속이지 말라고 다그쳤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그는 자신의 손을 잡아보라고 하며, 주머니에서 작은 회종시계를 꺼내어 쥐더니 나에게

그것으로 증명했습니다. 그가 나의 손을 잡고 회종시계의 시간을 뒤로 감긴 후, 하늘에 떠 있는 햇빛과 별빛들이

어지러이 돌면서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로 나를 데려갔습니다. 우리는 함께 그 순간을 되돌렸고, 그것은 마치

마법 같았습니다.

제 5 장

나는 잭에대한 의심을 버리고 다시 한번 그와 사랑에 빠졌지만 그의 힘은 나를 언제나 내심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나는 그가 나와의 관계에서 논쟁을 피하거나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일방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되감는다면

나는 그와 함께 진정한 사랑으로 매순간을 살아 가는건가 의문이 들었습니다. 지금 보여지는 그의 사랑은 확실했지만

이마저도 여러번 지나온 그의 시간의 편린이지 않을까 두려웠습니다. 결국 나는 그에게 이러한 나의 심정을

고백하였고 그는 진지하게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습니다. 내 이야기가 끝나자 그는 자연스럽게 주머니에서

작고 예전보다 조금더 낡아보이는 회종시계를 꺼내며 내 손에 쥐어주었습니다. 나는 놀라서 동그랗게 눈을 뜬뒤

그의 검은 눈을 보았습니다. 그는 따듯한 미소로 화답하며 이 시계는 그만이 사용 가능하며, 자신도

이 시계 없이는 시간을 되돌릴수 없다고 얘기해주며 더 이상 자신 혼자서는 시간을 되돌리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나는 눈시울을 붉히며 그에게 다시 시계를 돌려주었고, 우리는 입맞춤을 나누었습니다.

제 6 장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는 잭의 힘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우리는 함께 추억을 만들었고 행복한 시간을 많이 보냈으며,

그 이후로 잭은 단 한 번도 시간을 되돌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뭔가 수심이 있는 것 같았지만, 나는 그것을

무시하고 있었다. 어느 날 잭이 갑자기 사라졌다. 내가 찾아봐도 그는 어디에도 없었고, 전화나 문자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나는 그가 어디에 있는지 전혀 모르겠었다. 나는 내 자신의 일부를 잃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책상 위에 정리되어 있는

그의 회종시계를 보며 내가 잭의 수심을 외면했던 것을 자책하게 되었다.

 

제 7 장

시간은 하염없이 흘렀습니다. 며칠이 몇 주가 되었고, 뭔가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나는 이대로 기다릴 수만은 없다고 생각하며 그와 함께한 행복한 추억이 깃든 곳들을 방문했고, 그리움만이 더욱

깊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마지막으로 그를 찾기 위해 우리가 처음 만났던 커피숍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내 눈을 의심하게 된 것입니다. 그는 어떻게 알았는지 항상 우리가 앉던 테이블에 앉아 눈물을

글썽이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제 8 장

잠시간의 침묵이 흐른 뒤, 잭은 무거운 입을 열었습니다. 그는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는 비극적인 사고로부터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시간을 되감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비극적인 사고로

가족을 잃은 뒤 폐인처럼 살았었다 했습니다. 그러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시계 수리점에 가게 되었고 거기서 어떤 노신사를 통해 그 회종시계를 얻었다고 했습니다. 그 노신사는 가족을 위한 마음 외의 용도로 사용하면 시계가 고장나 더는 사용할 수 없을 거라 했습니다. 그 후 가족의 죽음을 막으려 애쓰며 같은 날을 되풀이해서 살아왔다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통해서도 가족을 살릴 수 없었고 망연자실해 하는 그때 나를 처음 보았다고 했습니다. 그는

나를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졌고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인생에서 마치 구원받은 듯 했다고 했습니다.




제 9 장

그렇게 그는 더 이상 가족을 구하는 것을 포기하고 나와 만나기 위해 시계를 이용했다고 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처음에 나는 그를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고 그는 시계를 통한 수많은 되감기를 통해

나의 취향, 취미, 그리고 식성까지 간신히 알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던 중 그는 시계가 점점 낡아지고 있는 것을

보았고 이제 시계의 수명이 거의 남지 않았음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는 시간을 돌려

나와 만났고 그게 내가 알고 있는 우리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와 같다고 말해주며

자신이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말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속마음이 나에게 들킬까 두려웠고 사용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날수록 망가져가는 시계와 가족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괴로웠다고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욕심 때문에 가족들과 내가 망가지는 것을 볼 수 없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시계를 두고 떠났다고 했습니다.

나는 눈시울을 붉히며 그에게 입맞춤하고 그의 검은색 눈동자를 마주보았습니다.


제 10 장

 

나는 잠시간의 시간을 두고 가져온 시계를 그에게 쥐어주며 말했다.

 

"어서 마지막 시간을 되감고 가족들을 구해, 다음 번에 만날 때는 가족들과 함께해야지."

 

그는 고개를 완강히 저으며 나에게 시계를 돌려주려 했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이끌어 그의 작고 낡은

회중시계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나를 마주 보며 말했다.

 

"네가 어느 곳에 있던, 어떤 모습을 했건, 네가 나를 기억하지 못한데도 나는 너를 기억할 거야."

 

나는 밝은 미소로 그에게 화답하며 말했다.

 

"사랑해, 잭. 기다리고 있을게." / "나도 사랑해. 반드시 너를 찾아갈 거야."

 

그렇게 그는 사라졌다. 나의 시야도 서서히 암전되기 시작하더니 사라졌다.

 

제 11 장

 

새로운 평범한 어느 날, 새로운 곳으로 이사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나. 언제나와 다른 싱그러운 바람이 내 볼을 스치며 지나갔다. 왠지 모르게 멀리서 나를 향해 걸어오는 듯한 남자를 느꼈다. 그는 나를 마주보며 넓은 미소를 지으며 멈추었다.

 

"내가 너무 늦었나? 미안해. 가족들과 함께 와서 시간이 좀 걸렸어."

 

나는 의아함과 함께 그에게 물었다.

 

"누구세요? 저를 아시나요? 사람을 잘못 보신 것 같은데요?"

 

그는 미소를 잃지 않고 갑작스레 내 손을 잡으며 무언가를 쥐어주며 말했다.

 

"걱정 마. 나는 모두를 기억하고 있어. 네게 해줄 얘기가,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아."

 

나는 그가 잡은 손을 확 떨쳐내며 손에 쥐어준 것을 살펴보았다. 그것은 작고 낡은 시계였다.

나는 회중시계를 열어보았다. 그곳에는 작은 사진 한 장이 들어있었다. 지금 내 앞의 누군지 모르는 이 남자와

함께 매우 행복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나는 뺨을 간지럽히는 느낌에 손으로 뺨을 훑었다. 그러자

눈물이 흘렀다. 나는 눈물을 삼켜내며 그에게 말했다.

 

"고생했구나, 잭. 나도 너에게 해줄 얘기가,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아. 사랑해, 잭."

 

그는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 가볍게 입맞춤을 하며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내 귓가에 속삭였다.

 

"나도 사랑해, 로즈."

 

끝.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