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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소설/몰락한 귀족으로 살아남는 방법

149화 "아쉬운 마음" - 리뷰 만물상

by 리뷰 만물상 2023.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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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메리의 등장으로 바로튼에서의 일은 완전히 마무리되었다. 그녀가 모든 것을 알고 이해한다고 한 이상 다리온도 그들을 막을 명분이 없었다. 

결국 메리와 프란은 함께 할 수 있게 되었고 조만간 결혼을 올릴 것이라 했다. 두 상단 또한 당장은 아니더라도 차츰 다시 하나로 만드는 작업을 한다고 했다.

프란과 메리의 강력한 주장으로 새로운 상단의 이름을 내 이름을 따서 데이론 상단이라고 짓는다는 것을 한참을 들여서 막았다.

“동생아. 정말 이대로 떠날 것이냐..?”
“영원히 떠난다 생각하지 마십시오 형님. 병의 요양과 드네인의 교육을 위해 잠깐 갔다 오는 것이니.”

“드로나라고 했더냐.”
“그렇소 형님.”

“미안하다. 진즉 해주었어야 했는데 너무도 오래 걸렸구나. 돌아오는 대로 준비를 해둘 터이니 너와 드네인도 몰데인 가문에 이름을 올리도록 하자꾸나.”
“고맙소 형님...”

상단의 일이 마무리되고 드로나와 빅토르도 바로튼을 떠나기로 했다. 둘이 떠나기로 한 것은 전적으로 나의 권유 때문이었다.

빅토르와 드로나가 운영하는 노래하는 물개 선술집을 나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폐병을 앓고 있는 그와 아직 어린 드로나가 생활하기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선술집은 낡은 창고를 개조해서 만들었기에 먼지가 많아 위생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점차 완전한 어른이 되어가는 드로나에게도 아무리 친근함과 장난이라 포장하더라도 언제고 선을 넘는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그래서 나는 빅토르에게 제안했다. 지금 나는 영지가 없지만, 이들을 받아줄 보다 나은 환경을 알고 있었다. 바로 스위든 백작령이었다.

그곳에서라면 드로나 또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었고, 빅토르 또한 보다 나은 환경에서 다양한 치료법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었다. 결국 빅토르는 내 제안을 수락했고 스위든 백작령으로 가기로 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모든 것이 잘 풀렸습니다. ”
“별말씀을요, 제가 한 게 있나요. 저는 의뢰하신 대로 그저 편지를 전했을 뿐입니다.”

“하하하, 건네 드린 건 편지지만 전한 건 진심을 전해주셨지요. 확실히 전설 대로인가 봅니다.”
“전설이요?”

“아아, 이거 또 실례를. 저번에 내어드렸던 찻잎 말입니다. 그 찻잎의 이름이 뭔지 아십니까?”
“아니요. 잘 모르겠습니다.”

“시아르덴피스. 엘프들의 언어로 간절히 원하면. 이라는 뜻이라더군요. 이 찻잎을 우려내면 간절히 염원하는 일을 해결해줄 사람이 나타난다더군요. 그날 모든 일이 해결되고 메리와 함께하고 싶은 간절한 제 마음이 찻잎에 우러나와 데일님을 모셔 왔나 봅니다.”
“기록에는 엘프들은 수백 년을 산다던데 그런 그들도 오래된 전설을 믿는군요.”

“하하하, 사람이든 아인이든 마음을 의지하고 싶은 곳은 필요한 법이니까요. 자, 약속했던 귀석과 시아르덴피스 입니다.”
“감사합... 네? 이 귀한 찻잎을 왜 제게?”

“저번에 사랑에 대해 제게 물으셨잖습니까. 데일님 또한 속에 말 못 하실 사정이 있으신 것 같은데 이 찻잎은 이제는 제게 필요가 없습니다. 필요한 이에게 가는 것이 맞겠지요 데일님도 부디 이 찻잎의 전설처럼 간절히 원하시는 바를 이루시길 바라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프란과 함께 데리온으로 돌아왔다. 나야 알프도 챙겨야 하고 용병 협회에 보고도 해야 하기에 돌아온 것이고 프란 또한 아무리 메리와 오랜만의 재회라 하더라도 상단을 내팽개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협회로 가기 전 고마움에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는 프란의 제안을 받아 그와 식사를 가진 뒤 차를 마시고 있었다.

프란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다시 한번 머리를 숙여 나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리고 그에게서 의뢰 보수인 주먹만한 귀석 한 덩어리와 시아르덴피스 찻잎을 받았다.

그가 건네준 찻잎을 바라보자 카렌이 잠시간 떠올랐고 그녀가 보고 싶었다. 하지만, 전설은 전설에 불과할 뿐이란 생각과 함께 주머니에 넣었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매번 곤란한 의뢰를 완벽하게 수행해주시는 것에 대해 협회를 대신해 감사를 전합니다.”
“아니요, 이번 일은 제가 한 일이 없어요.”

“오래된 오해를 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아마 희귀한 마물 토벌보다 더 어려운 이지요.”
“하하, 그런가요. 저는 정말 그냥 편지를 전했을 뿐인걸요.”

“때론 무엇을 전했느냐보다, 어떻게 전했느냐가 더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아! 그리고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소식이라뇨?”

“이번 의뢰로 몰데인 상단과 토먼 상단에서 데일님과 알프님을 보증해주겠다 나섰습니다. 이미 협회의 윗선으로 보고가 들어갔고 아마 차후 평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협회에 들어서자 직원이 나를 반겨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난감한 의뢰를 수행해준 내게 감사를 전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녀의 말이 또 한 번 나의 마음을 신경 쓰이게 했다.

프란과 메리의 일을 보아서인가 자꾸만 카렌의 생각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번 그녀의 말도 내 마음을 다시 한번 자극했다.

나는 카렌에게 무엇을 전하고 어떻게 전했는가. 이러한 생각이 들 때마다 너무도 미안한 마음에 가슴이 쓰렸다. 그리고 프란과 메리처럼 어른스럽게 행동하지 못한 나 자신이 한심했다.

어쨌든 그녀가 말했듯 두 상단의 보증은 굉장히 중요한 것이었다. 보통 상인들을 표현하길 신용을 파는 사람들이라 한다.

그만큼 상인들의 신용은 돈을 주고도 쉽게 사지 못하는 법이다. 솔직히 이번 의뢰에선 내가 한일은 별로 없었다. 나는 그냥 무대를 만들었을 뿐 나머지는 당사자들이 해결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한 내게 감사를 전했고 그 결과 규모가 큰 두 상단 모두 나를 보증해 준다 했다. 보통 유명한 용병 클랜도 한곳에서도 보증받기 어려운 것이 상단의 보증인 만큼 나에게는 엄청난 이득이었다.

‘끼이이익’

“오셨습니까. 다친 곳은 없으십니까?”
“응, 덕분에. 의뢰는 성공적으로 완료했어.”

협회에서의 일도 마치고 나는 여관으로 돌아왔다. 어느덧 시간이 저녁이 되어 알프를 보조하던 간병인은 돌아간 듯 보였다.

나는 알프에게 그간 있었던 일을 모두 말해주었다. 그리고 여전히 안대를 두른 알프는 오랜만에 나를 마주 보고 웃어주며 정말 잘하였다 말해주었다.

“보증은 얻었지만, 협회의 반응은 아직이래.”
“아마 협회에서도 쉽지 않을 겁니다. 말씀하신 것 처럼 긍정적인 영향은 줄 것 같군요.”

“응, 황금패 용병이 목적인 우리에겐 나쁘지 않지. 어쨌든 그래서 내일 스위든 백작령으로 출발할까 해.”
“아, 저 백작님.”

“응, 말해 알프.”

뒤이어 협회에서 있었던 일 또한 알프에게 이야기해주었다. 상단의 보증은 용병에게도 꽤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상인 만큼이나 용병들 또한 신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두 상단이 우리를 보증한다 해서 바로 달라지는 게 없다 하더라도 앞으로의 우리 행보에는 꽤 도움이 되리라 확신했다.

뭐 협회에서 조금만 더 인심을 쓴다면 승급 평가를 건너 띄워줄 수도 있고 말이다. 어찌 되었든 알프에게 내일 출발 의사를 마치자 알프가 나를 불러세웠다.

알프는 말을 잘 안 할 뿐이지 할 말이 있으면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꽤 오래 뜸을 들이기에 그의 상태에 무슨 일이 있나 문득 걱정이 들었다.

“아, 다른 건 아닙니다만. 혹 저를 간병하던 이를 데려가도 되겠습니까?”
“간병인을? 왜?”

“그... 즈아나의 사정이 조금 안타까워서 말입니다.”
“즈아나?”

“그... 간병인의 이름입니다.”
“알겠어. 그럼 즈아나에게도 말해둬 모레 출발할게. 나는 그럼 그동안 마차를 빌려볼게.”

“감사합니다.”

혹시나 그의 눈에 무슨 이상이 생겼나 하는 걱정이 무색할 만큼 알프의 이야기는 간단한 것이었다. 내가 자리를 비운 것은 총 사흘, 사흘 동안 무슨 일이 있었겠냐 싶겠지만 무슨 일이 있긴 했나 보다.

솔직히 무슨 일이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고 짐작도 갔지만 민망함에 얼굴을 붉히는 알프를 괴롭히고 싶지 않아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

물론, 생각하는 것 만큼 그런 야릇한 무언가가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뭘 어떻게 해보고자 그녀를 데려가는 것도 아닐 것이다. 알프는 꽤 고지식한 남자니까 말이다.

다만, 남에게 도움을 주었으면 주었지 알프 자신이 다른이에게 그리고 여인의 따듯한 손길을 느껴본 지 오래되어 그녀에게 관심이 갔을 터였고 그런 와중에 그녀의 사연을 들은 듯 보였다.

사연 없는 사람이야 어디 있겠느냐 마는 어차피 사연의 기구함이야 듣는 이에 따라 다를 테고 무엇인지 모르지만, 그녀의 사연은 알프의 마음을 자극했던 듯 했다.

나는 딱 거기까지만 생각하고 생각을 거뒀다. 내가 지금 다른 이의 연애 사정을 이리저리 뭐라 할 처지는 아니니까 말이다.

이틀은 순식간에 흘렀다. 이곳에서 스위든 백작령까지는 거리가 꽤 되었기에 마차를 구하는데 조금 어려움을 겪었다.

통짜로 빌리는 마차는 아무래도 주변의 시선이 신경이 쓰였다 보니 북부로 올라가는 상행의 마차를 얻어 타기로 했다.

어쨌든 마차로 향하기 전 즈아나가 도착했고 즈아나는 제국인에게는 보기 드문 흑발을 가진 여인이었다. 나이는 스위든 백작과 비슷해 보일까 싶었다.

즈아나는 예의를 갖춰 내게 인사했고 내가 인사를 받자 아직 안대를 하고있는 알프의 곁으로 가 익숙한 듯 팔짱을 끼었다. 그리고 우리는 약속 장소로 간 뒤 마차에 올랐다.

“오셨습니까 연락은 받았습니다. 다친 곳은 없으신지요.”
“응, 프레드릭 오랜만이야. 덕분에 멀쩡해.”

“알프도 고생이 많았습니다. 우선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우리가 탄 마차는 스위든 백작의 성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성문에 우리를 내려준 뒤 북부로 향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걸어서 올 수밖에 없었다.

걸어오다 보니 자연스레 성문을 통과하며 우리가 왔다는 사실이 알려진 듯 했다. 내가 스위든 백작령에 몸을 의탁할 때 그녀는 내성에 머물러도 좋다고 했지만 나는 그녀의 호의를 정중히 거절했다.

단기간이라면 모를까, 언제까지 신세를 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찌 되었든 고위 귀족인 그녀의 성에는 당연히 다른 방문자들 또한 많을 것이었다.

조심한다면 조심할 수는 있겠지만 원래 일이라는 것이 마음대로 흘러가는 법이 없기에 애초에 조심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게 나았다.

스위든 백작은 아쉬워하며 도시의 중심대로에 위치한 한 저택을 내게 거의 무상에 가깝게 임대해 주었고 그것마저 거절할 수는 없었기에 그곳에서 지냈었다.

도시에 들어선 나와 알프 그리고 즈아나가 향한 곳이 바로 그 저택이었다. 저택에 가까워지자 벌써 소식을 들었는지 알프가 마중 나와 있었다.

“앗! 잘생긴 오빠다!”
“드로나, 예의를 갖춰라. 오시었소 데일 백작님.”

“?!”

“아, 제가 이들에게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식솔이 된 이상 어떻게든 알게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아, 잘했어 프레드릭. 빅토르님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이전처럼 편하게 대하시면 됩니다. 지금의 저는 귀족이 아니니까요.”

“아니오, 이야기는 들었소. 몸을 의탁하는 동안은 최대한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소.”

“검은 망치님은 공방에서 저녁 늦게나 돌아오실 듯 합니다. 그리고 카렌님은... 바쁘셔서 요즘은 학교에서 주무시는 경우가 많으십니다.”

저택에 들어서자 나보다 먼저 출발한 빅토르와 드로나가 우리를 맞이했다. 그들에게 프레드릭에게 전할 서신을 써주긴 했지만 도착한 빅토르가 으리으리한 내 저택을 보고 내 정체를 몹시 궁금해했을 것이다.

빅토르의 성격상 미심쩍음이 해결되지 않으면 아마 그대로 다시 돌아갈 기세였고 어쩔 수 없이 프레드릭은 나에 관해 이야기 해준 듯 했다. 

귀족이 없는 데리온 영지 일대에서 살아온 드로나에겐 내가 귀족이란 사실이 크게 와닿지 않은 듯 보였다. 빅토르 또한 내게 존칭을 붙이긴 하지만 그 역시도 귀족은 익숙치 않은 듯 경어를 쓰지는 않았다. 

저택은 한산했다. 예고 없는 갑작스러운 방문이기도 했고, 사람들의 환대를 바란 것은 아니었지만, 예전 내 영지에 있을 때의 일들이 떠오르며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로날프는 무슨 연구를 하는지 몰라도 야장들의 교육은커녕 온종일 공방에 틀어박혀 잘 때만 저택에 돌아온다고 했다.

그리고 카렌은 그녀가 세운 학교가 너무 큰 관심과 호응을 얻어 일이 너무 많아졌고 근래에는 일 때문에 저택보다는 학교에서 먹고 자고 하는 일이 잦다고 했다.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기분이 들어서 일까? 다시금 마음이 편해지자 그녀가 보고 싶어졌고, 그녀가 이곳에 없음에 아쉬웠다.

문득 내 손목에 채워진 팔찌의 보석은 이전의 초록빛을 잃고 투명한 빛만 내뿜고 있었다. 그 말인 즉, 카렌은 팔찌를 차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일부러 의식하지 않고 있었지만, 괜히 들여다보았다는 생각에 가슴이 쓰려왔고, 나는 안타까운 마음을 감춘 채 내 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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