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화 "다시 영지로" - 리뷰 만물상

"둘째로 혹, 사람의 정신을 헤집어 놓는 독에 관하여 아는 바가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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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사람의 정신을 헤집어놓는 독이라... 일반적인 독은 아닌 듯 하군. 증상을 조금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겠는가?"

"저도 정확히는 모릅니다. 다만, 한 번 복용으로 완벽한 효과를 지니고, 주기적으로 해독약 혹은 억제제를 복용 하지 않으면 안되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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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두 번째 요구로 독에 관한 정보를 묻자 마탑주는 다소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고민하는 듯했다. 그의 표정을 보자면 마치 몇 가지 정도 떠오르는 무언가가 있는 듯 했고. 잠시간 고민을 하던 마탑주는 나에게 독에 관한 추가 정보를 요구 했다. 나는 여태껏 내가 파악한 독에 관한 내용들을 마탑주에게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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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은 세 가지로 구분된다네, 첫째로 복용 시 물리적인 상해를 입히는 독. 이것은 일반적인 독초나, 독충, 혹은 동물이 지닌 독들이라네. 둘째로 단순히 특별한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독. 이것은 마법적인 가미를 하여 불에 타거나, 얼어붙거나 마비시키는 그런 독일세. 마지막으로 세 번째, 영구적인 효과를 불러오는 독. 이건 일반적인 독이 아닐세, 아니 독의 영역이 아닌 일종의 '주술'이자 아티팩트일세."

"혹 제가 말한 독에 대해 짚이는 것이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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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는 잠시간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더니 나에게 큰 틀에서의 독의 세 종류에 관해 설명해 주었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을 통해 나는 이것이 마법적인 독이 아닌 일종의 주술이자 아티팩트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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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의 설명으로 보아 자네가 말하는 독은 마법적인 독 보다는 주술에 가까운 아티팩트로 보이네. 몇 가지 짐작이 가는 바는 있지만 자네가 말해준 정보가 단편적이라 맞는지 확실하지 않네. 허나, 자네가 그 정보를 꼭 필요로 한다면 내 한번 수소문 해보겠네, 별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하네."

"아닙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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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도 내심 내 질문에 자신이 시원하게 답변을 해주지 못하는 것에 마음이 쓰이는듯 하며 아쉬워했다. 나 또한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마탑주에게 물어본다면 독에 대하여 바로 알 수 있을까 싶어 내심 기대했기에 아쉬운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아무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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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단편적인 정보로 인해 마탑주 또한 황제를 위협하는 독에 대한 것은 확실하게 아는 바가 없는 듯 했지만. 다만, 그와의 대화로 건질 수 있었던 것은 황제를 위협하는 독과 카렌에게 사용된 것처럼 영구적인 독의 경우 주술에 가까운 아티팩트임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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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전 제몬드와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된 것처럼. 이것이 단순한 독이 아니라 주술에 가까운 아티팩트라면 반드시 그 주술을 풀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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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더 요구할 사항이 있는가?"

"마지막으로 결사의 정보력을 통해 마족에 대하여 알게 되는 것이 있다면 공유를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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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느끼기에는 마족의 등장이 잠재적인 큰 위협이라 생각되는가?"

"네, 제가 마주한 제몬드는 스스로 한 종의 왕이라 칭할 만큼 강대한 기운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모든 마족이 그와 같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그의 말처럼 잠들어 있던 마족들이 활동을 시작한다면, 그들에 대해 미리 알고 대비하지 않는다면 실질적으로 흑마술보다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오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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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는 나에게 추가로 요구할 사항이 있는지 물어왔고, 나는 마지막 사항으로 굳은 표정을 지은 채 결사를 통해 알게 되는 마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달라 요청하자 마탑주 또한 진중한 표정으로 마족의 등장이 앞으로 위협으로 생각되는지 물어왔고, 나는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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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이 결사에 합류한 이유 또한 제몬드와의 대화로 알게 된 새로운 잠재적 위협인 마족에 대해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탑주에게 말한 것 처럼 솔직한 심정으로는 흑마술에 관한 것 보다 마족에 관한 사안이 훨씬 더 나에게 알 수 없는 불안감을 가져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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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네, 마족을 눈앞에서 겪어본 자네가 그리 생각한다면 좌시할 수 없지. 결사를 통해 확인되는 정보가 있다면 자네에게 공유해주도록 하겠네. 허나, 우리의 결사의 주목적은 흑마술의 잔재 파악과 로델의 추적이기에 그다지 큰 도움은 되지 못할 수도 있을걸세."

"그 부분은 염려치 않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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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마탑주와의 대화는 마무리되었다. 나는 완벽하진 않으나 마탑에 온 목적을 어느 정도는 이룰 수 있었고,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였던 병기 개발을 위한 인챈터 파견 문제가 해결된 것은 잘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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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독에 관하여 확실한 정보를 얻지 못한 것이 아쉽긴 하나, 이렇게 쉽게(?) 마탑주와의 대화 한 번으로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면 그랑 후작이 진즉에 알아 냈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 그저 지금의 조그마한 단서라도 얻은 것에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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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마족의 존재와 결사에 가입함으로써 새로운 세력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점 또한 큰 소득이 되었다. 비록 대외적으로 휘두를 수 있는 세력은 아니지만, 차후 발생할 잠재적인 위협에 대해서만큼은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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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주는 제국 내에서 운신이 자유롭지 않은 나와의 소통을 위해 이번에 주었던 기다리는 자의 간절함을 그대로 건네주었고, 오직 그것을 통해서만 소통하며 자신 이외의 다른 마탑의 인물과 소통하지 말 것을 이야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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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이번에 마탑주와의 대화로 알게 된 사안으로 현재의 마탑 내부에도 여러 파벌이 존재하며 그중 대륙 내 마탑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다시금 강력한 흑마술의 연구를 재개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는 자들이 있어 흑마술을 추적하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 새로운 명분을 줄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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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마탑에서의 모든 일들을 마치고 나와 알프는 영지로 복귀를 위해 길을 떠났다. 다만, 마탑으로 향할 때와는 다르게 우리는 마탑에서 제국으로 가는 공식 행렬에 끼어 이동하였고, 거친 타워 산맥을 통한 밀수길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국경 또한 수월하게 넘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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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국경을 넘은 나와 알프는 마탑의 행렬은 제국의 수도를 먼저 향하기에 우리는 행렬에서 나와 다시 모험가의 신분으로 내 영지로 향했다. 가는 길은 순탄했으며 평범하게 잘 닦여진 가도를 따라 이동하였다. 혹여나 마족이 벌써 활동을 시작했을까 싶어 이동 중 몇몇 도시와 마을에서 수소문하며 이동했으나 큰 수확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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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는 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영지로 들어와 저택으로 향하니 어느덧 이미 경비들을 통해 소식을 들었는지 출발할 때와 같은 수의 사람들이 마중 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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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님 돌아 오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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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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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에 가까워지자 프레드릭이 앞으로 나서 대표로 인사를 건네려 했으나, 이번에도 카렌이 프레드릭을 밀치고 나와 나에게 달려왔다. 마치 언제고 본 듯한 장면이지만 다들 아무런 내색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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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뵙습니다. 먼 길 몸 성히 다녀오셨습니까? 다치신 곳은 없으신가요?"

"응 카렌, 다친 곳 없이 멀쩡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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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카렌은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다친 곳은 없는지 먼저 확인한 후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자 그제야 인사를 마저 건네며 물어왔다. 나는 그녀가 나에게 하는 이러한 행동이 자신을 기억하는 몇 안 되는 사람이자 친우이기에 갖는 '애착' 정도로 생각하며 그녀를 달래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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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흠... 다행입니다, 알프경도 다치신 곳은 없는지요?"

"네, 레이디 카렌 저 또한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배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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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님,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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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대답을 듣고 나서 인제야 카렌은 주변의 상황이 보이며 민망했는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내 옆에 선 알프에게도 안부를 물었고 알프 또한 내색하지 않고 그녀에게 친절히 답해주었다. 그렇게 카렌이 인사를 마치고 자연스레 옆으로 비키자 프레드릭이 아까 못다 한 인사를 건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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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이번에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 일단 오늘은 좀 쉬고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하도록 하자. 알프도 오늘은 우선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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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마탑에 다녀오면서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기에 지금 이 자리에서 모든 설명할 수는 없었고, 나도 생각을 정리해서 이들에게 알려줄 내용들에 대한 정리와 그에 따른 업무의 배분도 생각하여야 하기에 자세한 사항은 내일 이야기하기로 했다. 가장 큰 사유는 지금의 나는 따듯한 욕조에 몸 담그며 하는 목욕이 간절했기 때문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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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마음 편한 곳에서 푹 자서일까? 몸에 여독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상쾌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 나는 간단한 식사 후 먼저 집무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마탑에서 영지까지 오면서 많은 생각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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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와 독, 듀발 그리고 영지에 관한 것 만으로도 복잡했는데 거기다 흑마술과 마족의 출현까지 이대로 모든 것을 나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리하여 이제 나의 사람들에게 정보를 공유하고 그들과 함께 이 상황들을 헤쳐 나가야 겠다는 결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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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신들에게 정보를 어디까지 공개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마음 같아서야 모든 정보를 오픈하고 이들과 함께한다면 내 부담은 줄겠지만, 너무 많은 정보를 한 번에 다 오픈한다면 사안 하나하나가 작지 않기에 아무리 내 가신들을 믿는다 해도 분명 내색하진 않지만, 혼란에 휩싸이거나 불안해하는 사람이 분명히 나올 것이기에 신중하게 생각했다. 그렇게 오늘 아침까지 고민한 후에야 어디까지 공개할 것인지에 대해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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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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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크 소리와 함께 집무실로 내 가신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프레드릭과 페드로 그리고 나 이렇게 셋뿐이었던 회의 자리에 이제 어느덧 사람이 늘어 알프와 로날프 그리고 카렌까지 제법 북적이며 회의다운 회의가 될 것 같은 모양새를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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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들와, 다들 차 한 잔씩 마시면서 이야기하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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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무실로 들어온 가신들에게 진정 효과가 있는 차를 한 잔씩 손수 건네주었다. 앞으로 있을 여러 이야기에 이들이 큰 충격을 받지 않고 패닉에 빠지지 않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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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우선 영지의 보고부터 듣도록 할게. 프레드릭 영지는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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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영지의 현황 보고를 받기 시작했다. 스위든 백작을 통해 들어온 질이 좋은 석재들은 영지의 성벽을 모두 석벽으로 교체하였으나, 아직은 일반 민가에 지급될 만큼 여유가 있지 않기에 건물들은 학교나 창고, 고아원등 관공서 위주로 우선 석재건물로 변경 공사 되었다고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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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로 또한 완연한 검의 길을 걷게 되었고, 영지의 병력 수준도 정규병 1000명의 훈련이 완료되어 아닌 말로 당장 출병 해도 문제없다고 해왔다. 아이들의 교육도 착실히 진행되었고, 1기 학생들의 수업이 아직 완료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소문이 돌아 벌써 2기를 신청하려는 자들도 상당수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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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날프 또한 내키지 않지만, 아직 새로운 무구를 만들 준비가 안 되었기에 영지의 여러 가지 공사들을 지휘하고 야장들의 숙련도를 올렸고 예전의 어깨너머로 배운 야장들이 아닌 제법 제대로 된 야장의 모습은 갖춰간다고 말했다. 칭찬이 야박한 로날프의 성격으로 보아 아마 야장들의 열의가 대단해 꽤 수준이 올라갔다 할 수 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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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해야 할 이야기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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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가신들에게서 영지에 대한 보고를 다 받고 나서 나는 내 앞의 내 사람들에게 무거운 입을 열었다. 나는 불안했지만, 한편으론 내 사람들을 믿었다. 그리고 그저 이야기의 무게감과 파급력에 이들이 휩쓸리며 주저앉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