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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소설/몰락한 귀족으로 살아남는 방법

195화 "새로운 의뢰" - 리뷰 만물상

by 리뷰 만물상 2024.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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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이 오파츠는 제게 쓸모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굳이 따지자면 점수를 따기 위함이랄까요?”

“좋소, 고맙소. 돈도 좋지만 이런 뇌물이라면 내가 감사하지. 내 위에는 잘 말해두겠소.”

솔직히 내가 관리에게 건넨 종이는 별로 대단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이 종이를 본 대상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내가 종이에 적어준 것은 다름 아닌 엘더론과 전투하며 파악한 오파츠의 기능과 그 리스크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리고 말미에 자신의 수완으로 정보를 알아내었다며 제국에 보고하는 내용까지 적어준 것이다.

황금패 용병과 의뢰주 간에 이러한 오파츠를 둘러싼 수 싸움은 은근히 치열한 편이다. 솔직히 다양하고 신기한 기능을 지닌 오파츠들은 당장 자신에게 필요가 없다 하더라도 탐이 나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그렇다 보니 실제로 오파츠를 둘러싸고 우스운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는데 오파츠가 나오긴 했지만 별로 가치가 없어 보이는 경우가 그러했다.

이런 경우 우선 황금패 용병의 의뢰 비용이 엄청나게 높다 보니 우선권이나 거부권 말고라도 의뢰주 측에서 의뢰비 대신 오파츠를 가져가라고 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이렇게 별 가치가 없는 오파츠를 제공함으로써 나름 생색도 낼 수 있고, 관계를 쌓아 차후를 위한 좋은 인연을 맺어둘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행이 있다 보니 황금패 용병들이 이것을 노리는 경우가 꽤 많았다. 몇몇 황금패 용병들은 영악하게도 자신이 원하는 오파츠임에도 불구하고 내색하지 않거나 일부러 오파츠의 이름 또한 모호하게 짓는다.

이러는 이유는 괜스레 탐을 내어 상대가 거부권을 사용할 여지를 거두는 것도 있지만 우선권을 행사하여 빚을 지워두고 싶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그런 식으로 블러핑을 통해서 원하는 오파츠를 최소한의 대가만 지불하고 얻어내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흔한 경우는 아니었다. 관리를, 개인이 아닌 국가 단위의 관리를 속이는 게 쉽지 않기 떄문이다.

어쨌든 이러한 몇몇 때문에 여러 국가들에서도 반발이 있는 편이다. 그래서 지금에는 이름은 직관적으로, 대신 어떠한 경우에도 오파츠의 능력과 리스크에서는 함구한다는 암묵적인 룰이 세워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나처럼 이렇게 의뢰주 측으로 오파츠에 대해 말해준 사실이 드러난다면 업계에서 배신자가 되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동이었다.

그렇다 보니 정보를 건네받은 관리는 좋아하면서도 혹시나 자신에게 정보를 건네준 내가 난처해질까 주변을 살핀 것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나는 오파츠에 대한 정보를 숨길 생각이 없었다. 아니 엄밀히 따지자면 숨기면 안 되었다 말하는 게 맞을 것이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발견한 오파츠에 대해 그랑 후작에게 알려야 했는데 오파츠의 이름을 건드리게 되면 너무 티가 나기에 이러한 방식을 사용한 것이다.

어쨌든 이로써 나는 그랑 후작에게 오파츠와 함께 상세한 설명서를 손쉽고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어서 좋고 제국의 관리는 뭐 그랑 후작에게 크게 공로로 반영될 것 같지는 않지만 어쨌든 공적을 쌓을 수 있어서 좋은 것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제국의 관리는 정말 내가 점수를 따기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하는 줄 알고 내가 떠나기 전까지 연신 손을 잡고 고맙단 인사를 했다.

“오빠 오셨어요?”

“응, 다녀왔어.”

“알프는?”

“치료사 말로는 며칠 간은 꼼짝없이 침대에 있으랬데요.”

“근데 너는 그렇게 막 움직여도 되는 거야?”

“저야 뭐, 상처들이 깊지 않아서 관리만 잘하면 된다더라고요. 귀도 문제 없다 그랬고요.”

“다행이네. 그래서 지금 또 훈련 중?”

“네에... 그때는 잘됬는데 또 막상 하려니까 잘 안 돼요...”

“천천히 해, 지금도 충분히 진도가 빨라.”

“알겠어요. 오빠.”

숙소로 돌아오자 셀시가 안뜰에 나와 검을 쥔 채 서 있는 게 보였다. 마침 나를 발견한 셀시는 검을 거두고 내게 달려오며 나를 맞아 주었다.

황금패 용병이 되고 센티움에서의 생활이 잦아질 것이기에 이번 의뢰 수행 전에 센티움의 작은 저택 하나를 임대했었다.

임대료는 제법 나갔지만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었고 아무래도 센티움인 만큼 용병에 대한 혜택이 많아 황금패 용병인 우리에게 보증료는 받지 않아서 임대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셀시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제국의 관리를 만나고 오는 사이 이미 치료사가 다녀간 듯 했다. 다행히도 알프도, 셀시도 큰 정도의 부상은 아니었다.

그렇게 움직이면 안 된단 판정을 받은 알프는 침실에, 움직여도 된다는 판정을 받은 셀시는 안뜰에 나와 누가 시키지 않아도 훈련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나는 조급해하는 셀시에게 격려의 말을 건넸다. 셀시를 격려하면서도 조급해하는 것에 대해 내가 격려를 해도 되는 입장인가 싶었지만 격려해서 나쁠 것은 없기에 그런 생각은 그냥 묻어 두었다.

시간은 또 금방 흘러 일주일 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텀이 있는 만큼 다른 일반 의뢰를 수행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회복과 개인의 훈련에 열중했다.

셀시는 여전히 검주를 연습했고, 센티움에서 여러 음유시인을 만나 다양한 노래들을 듣고 배우기도 했다. 나 또한 이번에 깨우쳤던 느낌을 잃지 않기 위해 란탈로식 검술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알프는 장장 오일간을 요양했다. 애초에 벽에 처박힌 내상은 그렇게 심각한 정도가 아니었으나 신체의 통제권을 빼앗겼을 때 심각하게 근육을 혹사했고 그 상태로 또 전투를 치른 것에 대한 반동이 꽤 컸던 듯 했다.

그렇게 자리를 털고 일어난 알프가 가장 먼저 한 것은 나와의 대련이었다. 당연 알프에게 상대가 되지 않지만 알프도 다시 몸의 감각을 되살리고 눈의 적응을 위해 하는 것이다 보니 적정선에서 상대해 주어 나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벌써 의뢰가 떨어졌나요?”

“음... 그게 말이오...”

그렇게 평온한 일주일을 보내고 딱 하루 뒤, 나는 제국 관리의 호출을 받고 그의 사무실에 들어섰다. 관리는 일전보다 더 어두워진 상태였다.

솔직히 지금 시점의 호출은 조금 의외였다. 센티움에서 제국의 수도까지는 거리가 있기도 했고 매번 우리에게만 의뢰를 맡길 수도 없어 이번에는 조금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의뢰를 몰아 주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괜히 주변의 의심을 살 행동을 해서 좋을 것은 없다 보니 꼼꼼한 성격의 그랑 후작이 그럴 리가 없다 생각했었다.

그렇다 보니 나는 의아함을 가지고 관리에게 물었지만, 제국의 관리는 대답하지 않고 안절부절못하며 괜스레 나도 불안해지게 뜸을 들였다.

“편히 말씀하셔도 됩니다. 저희가 보통 사이인가요.”

“그...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실은 말이네.. 아직 황금패 용병 의뢰는 없네...”

“그럼 호출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제발 나 좀 도와주게...! 자네가 아니면 이제 희망이 없어...”

나는 계속해서 쓸데없이 뜸을 들이며 시간을 끄는 관리에게 짜증이 났지만 어쨌든 그와 척을 져서 좋을 일은 없으므로 속으로 삭이며 그를 달래주었다.

그렇게 조금 달래니 슬슬 입을 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직 황금패 용병의뢰는 없었다. 대신 관리는 자신의 개인적인 부탁이 있다고 했다.

솔직히 나는 일반 의뢰는 수행할 생각이 없었다. 돈이 그다지 필요 없기도 했고, 그럴 시간에 지금 우리 파티는 수련을 더 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센티움으로 파견 나올 만큼 나름 높은 직책의 제국 관리가 정말 난처해하며 당장 내 앞에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로 부탁하니 그의 부탁이 궁금하긴 했었다.

“진정하시고 우선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고맙네, 고마워!”

아직 의뢰를 수락한 것도 아닌데 마치 모든 게 해결됬다는듯 연신 고마워하는 제국 관리에게 조금 부담스러움을 느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다름 아니라 제국 남서부 국경지대에 조그마한 문제가 하나 생겼네.”

“무슨 문제길래 그러시죠?”

“아아, 큰일은 아니고 변종 마물이 출현했다더군...”

“그 정도면 제국의 용병 협회 소관이지 않습니까?”

제국 관리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별로 대단한 것이 없었다. 그는 그저 변종 마물의 출현을 말할 뿐이었다. 물론 또 아주 영양가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제국 서쪽은 전통적으로 마물의 등장이 뜸하기도 했고, 남서부 쪽도 숲보다는 평야 지대가 많아 마물의 부락이 거의 없어 마물보다도 밀수꾼들이나 인근 왕국이 더 극성인 지역이었다.

그렇다 보니 제국 남서부에 변종 마물의 출현이 특이한 일이긴 해도 제국의 용병 협회 선에서 처리가 가능할 것이고 사실상 제국의 관리가 난처해할 정도의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그게... 한 마리가 아닐세.”

“그럼...?”

“최소 수십...”

“네? 변종 마물이 동시에 수십이요? 그리고 제국 남서부에서요?”

“쉿, 쉿, 조용히 해주게. 아직까지는 극비일세.”

역시 이번 일은 제국의 관리가 난처해할 만큼 예삿일은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변종 마물은 그렇게 자주 발생하는 일이 아니다 보니 한 마리가 출현하는 게 보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종 마물의 의뢰가 넘쳐나는 것은 대부분 보기 드문 마물들을 변종이라 오인하는 경우도 있고 변종 마물의 경우 위험도도 높고 의뢰 완료의 보수도 크지 않아 처리하려는 이가 적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그런 만큼 제국 관리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이야기였다. 물론, 변종 마물이 동시에 두 마리, 세 마리가 출현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것도 대부분 탄생 과정에서 쌍생 같은 경우로 출현하는 변종 중에서도 매우 드문 편이고 그 수가 셋을 넘지 않는다. 헌데 지금 변종 마물이 최소 수십이라 했다.

앞서 말했듯 제국 남서부는 애초에 평원 지대가 대부분이라 마물들이 그다지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 끽해봐야 연에 한 번 내지 두 번 보일까 싶은 수준이고 그마저도 용병들이 나서기도 전에 국경수비대가 정리하는 편이다.

그러할 지인데 갑작스레 제국 남서부에 등장한 수십의 변종 마물 떼는 큰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만큼 나도 놀라 큰소리로 되묻자 제국 관리는 연신 주변을 살피며 내 입을 막았다.

“알겠습니다. 헌데 마물의 출현이 놀라운 일이기는 하나 센티움에서 신경 쓸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맞네, 원래라면 그렇지.”

“혹, 제국 쪽에서 외압이라도...?”

“그러니 자네가 좀 도와주게...”

변종 마물 떼의 등장이 놀라운 일이고 이례적인 일이기는 하나, 변종이든 아니든 마물 토벌은 원래 용병의 소관이고 원래대로라면 제국 용병 협회가 신경을 써야지 센티움에 있는 관리가 신경을 쓸 일이 아니다.

그 부분이 의아해 관리에게 물었지만 역시 짐작대로 제국의 외압이 있었다. 물론, 그랑 후작이 직접 지시한 것인지는 모른다. 

이곳의 관리는 센티움 그리고 황금패 용병들과 제국 사이에 있는 일종의 소통 창구이지 황실의 직속 산하 기관은 아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제국의 입장도 조금 난처하긴 할 것이다. 이유야 여럿 있지만 큰 틀에서 보자면 첫 번째로 발생한 지역이다.

앞서 다른 국가들이 국경지대의 마물을 토벌하기 위해 군사들을 동원하기 쉽지 않아 용병을 활용한다 했었다. 그것은 제국 또한 마찬가지다.

물론, 제국에게 대놓고 따질만한 왕국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전의 티빙 공국 문제로 솔직히 남부 왕국들과 최근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이번엔 제국 서남부 로뎀 왕국과의 국경 인근에서의 대규모 군사 활동은 시기적으로도, 지리적으로도 좋지 않았다.

두 번째는 그렇다 해서 용병들이 처리해줄 때까지 마냥 구경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단순히 변종 마물의 출현이나, 마물 무리의 습격이라면 괜찮다.

하지만, 변종 마물의 떼가 출현한 것은 제국 입장에서도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마냥 용병들이 알아서 처리하기만을 믿고 있다가 덜컥 실패라도 하는 날에는 국경지대의 혼란을 불러올 게 자명했다.

솔직히 그만하면 다행이지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마물 무리가 국경 인근의 마을과 도시를 점령이라도 한다면 정말 제국의 위신은 그대로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제국은 이번 일을 최대한 신속히, 그리고 조용히 처리하기를 원하는 듯 보였고 그러기 위해 제국 용병 협회의 일반 용병뿐 아니라 황금패 용병들의 지원까지도 원하는 듯 보였다.

“다른 이들에게는 말하지 않으셨습니까?”

“했네... 나와 친분이 있는 몇몇 황금패 용병에게 말해보았지만 단호한 거절이었네...”

“그래서 제게...”

“큼큼, 그건 아닐세. 자네는 황실에서도 눈여겨보는 신예이다 보니 애초에 자네에게까지 부탁할 생각은 없었네.”

“그런가요?”

“암, 그렇고말고. 자네 같은 사람들은 더 큰 물에서 놀아야지.”

“그럼 말씀대로 이건 없던 일로...”

“허, 참 사람 이야기가 왜 그렇게 되나...”

제국 관리의 말이 진짜인지 거짓인지는 몰라도 이 부탁은 애초에 나를 염두하고 있지는 않았다고 했다. 솔직히 그도 그럴 것이 우리 파티만큼 빠른 속도로 의뢰를 받고 의뢰를 수행하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와 그랑 후작과의 사이를 모르는 관리 입장에서는 황실에서 나를, 우리 파티를 어여삐 여긴다고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어쨌든 나는 이 부탁을 들어줄지 말지 고민하는 와중에 관리와 조금 밀당(?) 을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관리의 말 중에 또 한 가지 의아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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