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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소설/몰락한 귀족으로 살아남는 방법

23화 "아티팩트" - 리뷰 만물상

by 리뷰 만물상 2023.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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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상담을 위한 자리로 안내한 인챈터는 향긋한 차를 한잔 따라주며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나에게 요구사항을 물었다.

 

"평범한 장신구 형태로, 간단한 물리적, 마법적 보호마법이 각인된 아티팩트를 제작하고 싶어."

"여성에게 선물하실 건가 보네요.후훗. 원하시는 형태는 있으신가요?"

 

"음.... 따로 생각해 놓은 건 없어, 내가 여성의 장신구 같은 것에 대해서 잘 모르거든. 내 나이 또래 정도가 튀지 않게 사용할

 만한 장신구 형태면 만족해, 괜찮은 걸로 추천해 줘"

"음... 그럼 머리핀 형태가 좋겠네요. 괜찮으실까요?"

 

인챈터는 여전히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나에게 원하는 디자인과 형태, 보호마법의 종류를 물었다. 인챈터는 외모가

빼어나게 아름다운 것은 아니지만 비율이 좋고 호감형 얼굴과 매력적인 미소를 가지고 있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곳이 일반인들에게도 쉽게 개방되는 곳이었다면 이미 입소문을 타서 꽤나 많은 수도 남자들을 홀렸을 것 같았다.

 

"응, 그럼 그게 좋겠다. 그렇게 제작해 줘, 아 제작하는 것 혹시 구경해도 괜찮으려나?"

"편하신 방향으로 하시면 됩니다. 복잡한 구조가 아니라 제작에는 한 두세 시간 정도 소요 될 것 같아요. 괜찮으실까요?"

 

"응, 만드는 것 한번 보고 싶었어, 궁금했기도 하고."

"그럼 잠시 재료를 가져올게요."

 

그녀는 재료를 가지러 안쪽의 창고로 향했고, 나는 그라 그랑후작과의 대화로 알게 된 데이지 아니 이제는 카렌이

여성의 몸으로 혼자 고아원을 운영하며 생활하고 있다는 게 신경 쓰였고, 물론 후작이 계속 신경 쓸 것이기에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나 만에 하나 모를 일에 대비할 수 있는 가벼운 보호용 아티팩트 제작을 의뢰했다. 물론 아티펙트 제작의

목적은 그녀를 위한 것도 있겠지만 아티팩트를 제작하며 인챈터에게 물어볼 것이 있기 때문이 가장 큰 이유였다.

 

아마 복잡하고 강한 능력을 지닌 아티펙트 제작을 의뢰한다면 아마 주문한 뒤 며칠 뒤에나 찾으러 오라 할 것이기에

나는 간단한 호신용 아티팩트를 제작을 의뢰하여 그녀에게 제작 방법과 작동원리등을 질문하며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잠시뒤 그녀는 안쪽 창고에서 장식하나 없는 수수하게 생긴 머리핀과 몇 종류의 작은 보석들, 그리고 각인에 쓰이는 듯한

끝이 매우 날카로워 보이는 펜촉이 달린 펜을 잘 다듬어진 목재로 만든 쟁반에 담아 나왔다. 그리곤 아티팩트에 효능에

대해 다시 한번 확인차 물었고, 나는 외부의 물리적, 마법적 충격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 아티팩트를 주문했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몇 가지 보석 조각을 집어 들며 작업을 시작하려 했다.

 

"그... 괜찮으면 제작 과정이나 어떻게 만드는 건지 설명을 좀 듣고 싶은데? 가능하겠어?"

"특이한 분이시네요? 이런 걸 묻는 귀족분은 처음이에요, 흠.... 혹시 마법의 구동 원리에 대해 아시나요?"

 

"아아 개인적 호기심 때문에, 간략하게는 알아 마나로 룬어를 허공에 그려 현상을 만들어 낸다라고 알고 있어."

"잘 알고 계시네요, 제가 조금 덧붙여서 설명드릴게요."

 

물론 나는 마법의 구동원리에 대해서는 빠삭하게 알고 있다 물론 '이론' 뿐이지만. 하지만 내가 마법에 대한 지식도 상세히

알고 있으면서 아티팩트 제작 방법도 궁금해한다면 단순히 개인적인 호기심을 넘어 과도한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생각하여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기에 그냥 철부지 귀족의 엉뚱한 호기심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겉핥기 정도 아는 척을 했다.

 

그녀의 설명을 들어보자면 우선 마법, 마술, 주술 이 세 가지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마나를 통해 현상을 이끌어 내는 것. 하지만 마법과 마술과는 달리 주술의 경우 발현 방식이 조금 궤를 달리하기에 번외로 친다면. 마법과 마술은 작동원리는 완전히 동일하다 말할 수 있다.

 

마법과 마술의 작동원리는 '마나로 허공에 룬어를 그려 현상을 만들어 낸다'라는 것보다 딱 부러지는 표현은 없다. 하지만

조금 상세히 들어가 본다면 생각처럼 간단하지만은 않다. 애초에 룬어라는 것은 까마득히 먼 옛날 태초의 시대 때 신이

존재했다 일컬어지는 시절 신이 사용했던 신의 언어라 하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각각의 룬어는 한 자 한 자가 자체의 의미를 가지고 있고, 이 룬어들을 마나를 조작해 허공에 그려 넣고, 연계하여 여러 현상을 일으키는 것을 일반적으로 마법 혹은 마술이라 말한다.

 

예를 들어 내가 알고 있는 룬어 몇 가지로 예를 들자면 구엘(불), 스탄(전방), 메브(이동) 이렇게 세 가지 룬어를 조합한다면, '전방으로 이동하는 불꽃'이라는 마법이 되는 것이다. 흔히 일반적인 판타지 소설에서 등장하는 '파이어 볼트' 쯤 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예를 들어서 간단하게 이론적으로만 표현한 것이고, 단순히 마나를 조작할 줄 알고 룬어의

모양을 안다 해서 마법이나 마술을 사용가능 한 것은 아니다. 마법과 마술의 현상을 이루어 내려면 룬어 안의 술식까지

이해해야만 효력이 생기고 발동이 된다 한다. 또한, 같은 룬어를 통해 같은 현상을 일으킨다 하더라도 룬어를 배치하는

위치에 순서에 따라 아예 다른 효과가 나타나기도 하며 위력 또한 달라지기에 여느 판타지 속 마법사들처럼 타고난

마나의 크기나 습득한 서클의 수가 중요한 게 아닌 얼마나 많은 룬어를 알고, 이해하며, 효과적으로 배치하느냐에 천차만별의 실력이 달라진다. 현대의 지구로 따진다면 '프로그래머' 정도로 비유하면 잘 맞을 것이다.

 

그녀가 설명한 마법과 마술에 대한 발동 원리도 내가 위에 언급한 것과 다른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마치 처음

듣는 이야기인 것 마냥 귀를 쫑긋 세우고 듣는 시늉을 했다.

 

"이러한 세부적인 과정을 거쳐 결국, 아까 처음 말씀하신 것처럼 마나를 허공에 그려 현상을 만들어 내는 게 마법과

 마술이에요. 여기까진 이해되셨죠?"

"응 이해했어, 설명이 상세해서 이해하기 좋았어."

 

"후훗, 그럼 아티팩트는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드릴게요."

 

자신의 설명을 칭찬하는 나를 보며 뿌듯한지 그녀는 매끄러운 미소를 지으며 마치 어린아이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어머니처럼 아티팩트의 구동방식에 대하여 설명을 이어갔다.

 

아티팩트의 구동도 마법이나 마술과 다르지 않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마법의 각 룬어에 동화율이 좋은 보석들에

룬어를 새겨 넣고, 마나를 조작할 수 없는 이가 사용할 수 있도록 마나석을 배터리처럼 이용해 저장된 마법을 불러

일으키는 따지고 보자면, 마나라는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자회로에 가깝다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이렇게 통짜 마나석으로 제작된 각인기로 룬어를 각인해서 마나석과 이어 스위치 혹은 시동어로 발동되게끔

 설정해 놓은 장치가 바로 아티팩트랍니다."

"아아... 상세한 설명 고마워,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어.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그 각인기를 한번 봐도 돼?"

 

"이건 안된답니다. 어차피 일반인들은 봐도 모를 텐데 마탑이 은근히 깐깐한 구석이 있어서요, 영업비밀이랄까? 후훗.

 그나저나 궁금증은 다 해결되셨나요?"

"덕분에, 친절한 설명 감사했습니다 인챈터 선생님."

 

그녀는 길고 장황한 설명을 잘 끝내서 만족한다는 표정과 매끄러운 미소로 설명을 마쳤다. 나는 그녀의 이야기와 내가

알고 있던 지식을 통해 아티팩트의 작동원리와 제작 방식을 '이해' 할 수 있었지만 제작의 가장 핵심이 되는 것처럼 보이는

각인기는 상세히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었다. 

 

사실 지금 그녀가 이 정도까지 말해준 것만 해도 이례적인 일이긴 했다. 마탑에서도 인챈터는 희귀한 인재로 단순히 룬어를

알고 활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룬어를 물리적인 구조로 새길수 있는 손재주까지 필요했기에 마탑에서는 귀한 인재축에

속한다. 게다가 마탑은 영원한 중립의 입장을 취하기에 내가 물어본다 해서 제국의 시민도 아닌 그녀가 나에게 존대하며

상세하게 알려줄 의무 따윈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내가 연기한 대로 마치 순수한 호기심에 차있는 엉뚱한 귀족느낌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일반적인 서적에서

알기 어려운 부분까지 상세하게 설명을 해줬던 것이다.

 

나는 나의 아이디어와 로날프의 기술로 만들어질 새로운 무구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인챈터 혹은 각인기가 필요하기에 

마탑에 한번 직접 방문할 필요가 있음을 생각하며 머릿속을 정리하였고. 내가 조용하게 그녀를 쳐다보자 그녀 또한 이내

조용히 작업을 시작했다.

 

각인하는 과정은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크게 어렵지 않았다. 각 룬어의 대한 이해와, 원리를 알아야 하며, 조그마한

보석조각 안에 그것을 압축해 새겨 넣을 수 있는 손재주,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각인기가 필요했다.

 

그렇게 그녀의 작업을 지긋하게 바라보길 두 시간쯤 지났을까 아까의 장식하나 없는 머리핀이 맞을까 싶게 잘 정돈되어

너무 튀지도, 너무 수수하지도 않은 작은 보석들이 몇 개 박혀있는 어여쁜 머리핀이 완성되었다.

 

마법용품점은 내가 제작한 아티팩트를 보존 마법, 도난 방지 마법이 적용된 상자에 담아 나에게 주었다. 역시 주문제작은

주문제작인 듯 값이 꽤나 나갔지만 이곳에서 얻은 정보가 많았기에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덤으로 이것을 받고 좋아할

지금은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나의 어릴 적 친구의 모습을 상상하며 상자를 품에 넣고는 가게를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이제 해가 서서히 넘어가며 지고 있었고 나는 늦기 전에 잡화점에 들러 깔끔한 종이와 자, 그리고 펜과

잉크 등 몇 가지 용품을 사서 나와 숙소로 향했다. 로날프와 내가 만들 무구에 대한 형태가 점점 정리되는 듯한 느낌을

받아 숙소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또한 이번에 나올 때는 미행을 따돌리지 않고 나왔기에 돌아가는 길 또한

빙 돌아가지 않고 바로 숙소로 향했기에 여관에는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나는 간단한 저녁식사를 끝낸 후, 마치 잠을 청하는 것처럼 불을 끄고 방에 커튼을 쳤다. 그리곤 마법용품점에서

구매한 '확산되지 않는 불빛'을 담고 있는 랜턴을 작동시켜 테이블 위에 올리고 종이를 꺼냈다. 이제 단순한 아이디어에

불과했던, 내일 로날프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새로운 '무구'의 결을 만들어야 하는 가장 중대한 작업만이 남아있었다.

 

나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큰 그림은 바로 현대의 '총'을 모티브로 한 무기를 만드는 것이지만

그저 뜬구름 잡는 생각을 할 때와 아티팩트와 인챈트, 그리고 원형이 될 소재 등을 고려하다 보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다 나는 펜을 들었고 머릿속으로 구상하던 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한번 움직이기 시작한

내 펜은 거침없이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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