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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소설/몰락한 귀족으로 살아남는 방법

51화 "동굴의 전투" - 리뷰 만물상

by 리뷰 만물상 2023.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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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오나의 경고 이후 뿔이 솟은 자의 마술이 발현됨과 함께 우리에게 달려오던 흰 로브를 입은 사람들에게서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다가오는 그들의 눈에 점차 동공이 풀리며 초점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곧이어 눈에 실핏줄이 터지며 붉은 핏발이 서기 시작하더니 결국 눈 전체가 붉은색으로 뒤덮여버렸다.

"상태를 보아 정신 조종계통의 고위 마술인 것 같아요, 정확한 효과는 저도 모르니 조심하세요 알프 경."

"알겠습니다 이오나, 백작님의 보호와 보조를 부탁드립니다."

"가비스(가벼운) 베르토(발걸음), 소스테인(솟아나는) 비케(바위) 게산디(가시)"

적에게 가시적으로 보여지는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자 이오나는 빠르게 분석하여 적에게 직접 적용되는 일종의 버프 같은 효과의 마술임을 알려왔으나, 아직 수습인 그녀에게 뿔이 솟은 자의 고위 마술이 어떤 효과인지 까지는 파악이 어려워했다.

하지만, 이오나가 제공한 정보는 전방에서 실질적으로 적과 부딪히며 싸워야 하는 알프에게 경각심을 세울 수 있는 충분한 도움이 되었고 이오나의 말을 들은 알프는 적을 향해 공세를 위한 상단세를 취했다가 견제와 방어를 위한 중단세로 자세를 바꾸었다.

이오나 또한 우리에게 설명을 마치자마자 빠르게 룬어를 새기며 마술을 발현하였다. 이오나가 주문을 마무리 짓자 파란 기운이 알프의 발에 깃들고 이어서 적들의 발밑에서 작지만, 검지손가락만 한 날카로운 바위가 튀어나왔고 튀어나온 가시 몇몇은 그들의 발등을 뚫고 나올 정도로 공격적이었지만 적들은 별 타격이 없다는 듯 알프에게로 짓쳐들어가기 시작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마술사 혹은 마녀라 할지라도 마법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고, 마법사라 하더라도 마술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마치 이과 혹은 문과처럼 전문성과 효율성에 차이를 둘뿐 룬어를 알고 마나를 조작하여 새길 수 있다면 발현하는 데 문제는 없다 했다.

'서걱, 서걱, 서걱'

중단세에서 시작된 알프의 검격은 거침없이 적과 무기를 가르고 지나갔다. 하지만 무의미한 살생을 멈추고 싶어 하는 알프의 검을 그들의 목을 취하는 대신 적들의 손목, 어깨, 다리 등 적들을 무력화하려는 목적으로 휘둘러졌고 그렇게 적들은 보기에는 짚단처럼 우수수 베여나갔지만 쓰러지는 자는 늘어나도 적어도 지금까지 죽은 자는 없었다.

하지만 평소면 모를까 지금은 알프의 이런 심성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보통 인간이라면 사지 중 하나가 잘려 나가면 그 고통과 공포로 전의를 상실하고 패닉에 빠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알프 또한 적들을 무력화하며 쓰러진 자를 뒤로하고 새로운 적을 향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런 알프의 등 뒤로 조금 전 까지, 무기를 들었던 한쪽 팔이 잘려 나간 자가 다른 손으로 바닥에 떨어진 몽둥이를 집어 들고 뒤에서 알프를 향해 휘두르기 시작했다.

‘철컥’

'슈슉, 푸슉'

"알프, 조심해 이자들 정상이 아니야."

알프의 머리를 향해 휘둘러지는 몽둥이를 본 나는 재빠르게 등 뒤에 메고 있던 로날프가 준 기계식 쇠뇌를 꺼내 장전하였고, 몽둥이를 휘두르는 자의 머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처음 써보는 기계식 쇠뇌는 효과가 확실했다. 아무리 거리가 가깝다고 한들 평생 활 한번 잡아본 적 없는 내가 쏘아도 조준한 적의 머리를 정확히 명중시켰고 깔끔하게 두개골을 관통하며 뒤통수를 반쯤 파고든 볼트의 그 위력 또한 약하지 않았다.

볼트에 머리가 뚫린 적이 스러지는 모습을 본 뒤 나는 알프에게 경고하였다. 확실히 이들은 정상이 아니었다. 내 눈에 보이는 보통의 사람들과 달랐던 이들의 외적인 모습을 빼고서라도 지금의 이들은 자신의 사지가 잘려 나가는데도 비명 한번 지르지 않았다. 거기다 한쪽 팔이 잘리면 다른 팔로 무기를 휘두르고, 다리가 잘리면 외발로 뛰어오거나 기어서 공격을 이어가는 것이 마치 좀비 같아 보였다.

내 경고를 들은 알프도 그제야 자신이 베고 지나온 뒤쪽을 보게 되었고 사지 중 일부가 잘려 나가고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공격을 이어가는 이들을 보고 멈칫하며 물러섰다. 

"드라우튼(떨어지는) 분타크(번개)"

'파지지지직'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전황을 보던 알프는 단순히 제압으로 이들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내키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이들의 목숨을 거두어야겠다는 결심과 함께 이제 공세를 위한 상단세를 취하며 그들을 공격하려는 순간 뿔이 솟은 자의 입에서 주문이 흘러나왔고 이내 알프의 머리 위에서 파직파직 소리와 함께 가시적으로 보이는 스파크가 일어나더니 잠시 뒤 알프의 머리를 향해 번개가 내리꽂혔다.

"윽!"

떨어지는 번개의 위세가 굉장한 것이 아마 번개에 직격 되었다면 그 자체로 어마어마한 타격을 입었을 테지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번개는 상단세로 치켜든 알프의 검에 내리꽂히며 직접적인 피해는 면했다.

하지만, 검을 타고 흘러내린 번개는 알프의 전신을 휘감으며 흘렀고 번개에 직격당한 알프는 상단세를 취한 자세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아 마비가 온 듯 해 보였다.

'파직, 파직'

'창, 창, 창, 창'

분명 소드마스터들이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은 전투와 결투의 전문가들이지 초인은 아니다, 다행히도 번개에 의한 마비는 금방 풀린 듯 했지만, 미약하지만, 아직도 눈에 보일 정도의 스파크가 알프 주변에 맴돌고 있었고 알프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해진 것으로 보아 잔류 전류에 의한 경직이 몸에 남아 움직임을 방해하는 듯해 보였다.

알프가 적들의 일부를 제압해 실질적으로 사지가 멀쩡한 자들은 꽤 줄었지만, 아직도 적의 숫자는 많았고, 당연히 알프를 향한 무기의 숫자도 많았다. 알프는 번개에 의한 마비와 경직으로 인해 기세를 빼앗겼고, 장점인 빠른 움직임이 봉쇄당하자 그저 공격을 막아내며 방어하기에도 정신이 없어 보였다.

"나르나논(날아가는) 브뤼(바람) 켄토(칼날)!"

"사슈테인(상승하는) 기로크난(기류)!"

“지르페탄(질척이는) 콘슈(공기)!”

“모룬(물) 메크(먹은) 브뤼(바람)!”

방어만 하며 점점 뒤로 밀리는 알프를 지원하기 위해 이오나가 재빠르게 주문을 외웠고 그녀의 앞에서 바람이 일렁이며 곧이어 유형화된 바람이 적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뿔이 솟은 자도 가만히 있지 않고 빠르게 주문을 외워 이오나의 마법에 대응하였다. 

뿔이 솟은 자가 주문을 마치자 갑작스레 아래에서 위로 불어가는 강한 기류에 의해 날아가던 바람이 방향을 틀어 위로 날아가 버렸다. 곧이어 이오나가 다시 한번 주문을 외우자 적들이 있는 일대의 공기가 아주 옅은 초록빛을 띄며 그들이 느려지기 시작했으나 이어지는 뿔이 솟은 자의 주문에 의해 다른 쪽으로 모두 밀려나 버렸다.

'턱'

그렇게 연이은 이오나의 마법이 무산되어 알프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고, 계속해서 적의 공격을 막아가며 뒷걸음질 치던 알프의 등에 벽이 닿았다. 더 이상 알프에게는 더는 물러날 공간이 없었고 이대로라면 그의 몸은 여러 병장기에 의해 꿰뚫리고 찢기는 일만이 남아있었다.

'슈슉, 푸슉, 슈슉, 푸슉'

위험에 처한 알프를 보며 나는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고 내 손에 든 기계식 쇠뇌에서 볼트가 발사되기 시작했다. 볼트 하나에 적 하나씩 차분하게 하지만 빠르게 날아가는 볼트는 정확히 적의 머리에 꽂히며 쓰러지기 시작했다. 내 손에 든 것이 활이었다면 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명중률과 속도였다.

나는 여태껏 틈을 보아 뿔이 솟은 자에게 볼트를 날리기 위해 상황을 지켜보며 기회를 노리고 나서지 않았으나, 이제는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역시 예상대로 나의 기습적인 볼트세례에 뿔이 솟은 자는 매우 당황한 듯 해 보였다.

쇠뇌, 핸드 보우, 석궁 화살의 길이와 용도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내 손에 쥐어진 무기는 아주 새롭고 창의적인 무기는 아니다. 일반적인 석궁과 쇠뇌의 형태를 띠는 무기는 활과는 다르게 시위를 당기며 조준해야 하는 힘이 들어가지 않고, 조준과 격발 두단계로 매우 간단하게 발사되기에 명중률이 높다.

하지만 단점으로 한 발을 쏘고 다시 장전하는 절차가 오래 걸리고 번거롭기에 연사력이 매우 떨어지는 단발성 무기이기에 그다지 인기가 없었다. 거기다 구조상 장전이 불편하기에 합성 궁이 아닌 목재로 제작되어 위력 또한 합성 궁에 비해 높은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보통 자주 쓰이지는 않고 일부 사냥꾼들이나 귀족들이 호신을 위해서 다니는 무기 중 하나였다.

로날프가 보았다던 고블린들이 개발한 기계식 석궁 또한 일반적으로 장력이 약한 목재의 석궁 대신 합성궁으로 대체하여 위력을 늘리고 시위를 당기기 힘든 합성궁의 편한 장전을 위해 도르래를 가미했을 뿐 창의적인 무기라 보기엔 어렵다. 이처럼 석궁 자체는 자주 쓰이지 않을 뿐이지 존재하는 무기였다.

로날프가 나에게 만들어준 이 기계식 쇠뇌 또한 생김새는 화살의 절반 정도 되는 길이의 볼트를 사용하는 쇠뇌의 형태를 그대로 띄고 있다. 다만 이 안에 담긴 로날프의 기술의 정수는 바로 '연사'였다.

열발의 볼트가 담긴 카트리지 형식의 상자를 결합하여 조준, 격발 후 기계식 쇠뇌의 레버를 당기면 내부의 소형화된 도르래가 자동으로 시위를 당겨주며 다시 장전을 해주는 '연사'가 가능한 무기였다. 

이번 마탑행에 로날프가 나에게 주었던 건 기계식 쇠뇌와 두 개의 카트리지였다. 나는 그렇게 한 개의 카트리지를 모두 비우며 아까 처음의 한명을 제외한 추가로 다섯명의 머리에 볼트를 선물했다.

"으랴!!“

공격의 기세와 흐름이란 원래 한순간에 적에게 넘어가기도, 다시 우리에게 돌아 오기도 하는 것. 그렇게 알프에게 향하던 다섯의 적이 쓰러지자 적의 공세가 확연히 줄어들었고 그 틈을 타 알프는 기합성과 함께 막고 있던 적의 공격을 단번에 뒤로 한껏 밀어 내고는 검을 쥔 손을 쥐었다 폈다 하고 제자리에서 가볍게 통통 뛰며 몸에 남은 경직을 풀어냈다.

'철컥' 

알프가 몸의 경직을 털어내듯 나도 빈 카트리지를 다시 벨트의 슬롯에 끼워 넣고 다른 카트리지를 기계식 쇠뇌에 장착했다. 알프와 나는 아주 잠시간 시선을 교환했고 알프는 이제는 괜찮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상단세를 취하고는 공격을 준비했다.

"으럇!"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좀 전에 맥없이 당했던 게 분했던 듯 알프는 기세를 끌어올렸고, 내키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살생을 위한 각오를 다지며 검을 내질렀고 눈앞의 적들은 알프의 의지를 실은 검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목과 머리가 분리되어갔다.

"드라우튼(떨어지는) 분타..."

'슈슉, 슈슉, 슈슉'

"브뤼(바람) 지노크(장막)"

'턱, 턱, 턱, 딸그락'

알프의 공세가 매섭게 이어지며 적의 머리와 몸을 분리하며 나아가자 뿔이 솟은 자는 다시금 알프를 향해 아까의 주문을 다시 한번 외우려 하였다. 나는 좀 전에 알프가 괜찮다는 신호를 받고는 그 뒤로 오로지 뿔이 솟은 자에게 볼트를 날릴 기회만 보고 있었다.

그런 나는 주문을 외우는 뿔이 솟은 자를 보고 이때다 싶어 재빨리 방아쇠를 당기며 볼트를 쏘아 내기 시작했다. 주문을 외우던 뿔이 솟은 자도 그런 나를 발견하였는지 재빠르게 외우던 주문을 멈추고 새로운 다른 주문을 외웠고 내가 쏘아낸 볼트는 그의 앞에 세워진 바람으로 이루어진 무형의 장막에 부딪히며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뿔이 솟은 자는 자신에게 볼트를 날린 나를 한참을 노려보고 다시 알프쪽을 잠시 보더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은지 분한 표정을 짓더니 뒤를 돌아 달아나기 시작했다. 나 또한 그의 시선을 쫒아 알프쪽을 보아하니 길지 않은 시간이었음에도 알프의 앞에 남아있는 적은 이제 둘 뿐이었으며 그마저도 한명은 팔꿈치 아래로 한쪽 팔이 없었고, 한명은 한쪽 발목이 없는 채로 비틀거리며 서 있는 상태였다.

"에리즈난(얼어붙은) 보톤(바닥)"

다시 시야를 돌려 뿔이 솟은 자를 바라보니 그는 이미 저만치 달려가고 있었다. 나는 순간 그가 가지고 있을 봉인의 매개체를 떠올리며 그를 쫒으려 따라나섰으나 이미 거리는 꽤 벌어져 있는 상태였다.

그때 때마침 뒤에서 이오나가 주문을 외웠고, 달려 가던 뿔이 솟은 자 앞쪽의 바닥이 하얗게 성에가 끼기 시작하더니 이내 순식간에 빙판이 되었다. 전속력으로 달려 나가던 뿔이 솟은 자는 갑자기 발아래 생겨난 빙판에 당황하며 균형을 잃으며 이리저리 미끄러지는 와중에도 도망치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어딜!"

‘슈슉, 슈슉, 슈슉’

'콰당, 휘릭, 푸슉'

"윽!"

빙판으로 인해 확연히 속도가 떨어진 그의 뒤를 맹렬히 쫒아 나는 볼트를 발사하였다. 내 소리에 뒤를 돌아본 뿔이 솟은 자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볼트를 보며 당황하다 이내 바닥에 넘어졌고, 넘어진 김에 볼트를 피하려 뒤로 구르며 볼트를 피했으나 결국 한발은 피하지 못하고 그의 어깨에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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